침몰 blog

1월에 신장 안 좋아서 병원 간 이후로 상태가 별로 안 좋아졌다. 자극적인 것만 찾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모든 걸 놓고 지냈던 것 같다. 회사는 뭐... 똑같다. 근데 3월부터 실수를 좀 하는 중이다. 입사 이후로 일 년을 꽉 채웠는데, 그 정도 실력이 안 되어 보이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들고 멘탈에 충격을 좀 받았다가 적당히 회복했다. 아픈 게 내 잘못도 아닌데. 자르려면 자르라지.... 사람이 상태 안 좋은 때도 있는 법이다.

아직도 드문드문 진주로 출장을 다닌다. 3월엔 심지어 고객사에 일이 거하게 터져서 진주 가 봤자 분위기가 구리다. 다음 주에도 출장 일정이 잡혔는데 병원 예약이 하필 겹쳐서 출장을 미루기로 했다. 어차피 가서 할 일도 없고 일수만 채우다가 오는 거라. 1월에 출장 때문에 병원 예약을 미뤘더니, 출장은 취소되고 병원은 3개월 밀렸는데 몸 상태는 안 좋고 해서 진짜 짜증 대박이었다. 이 이후부터 작은 자극에도 내가 스트레스를 크게 받게 된 것 같다. ㅎ 하지만... 이 모든 건 내 잘못은 아니니까. 아무튼 화요일엔 정기 검진 받으러 간다.

 

사실 그간 블로그를 거의 잊고 있다가 일기를 써야겠다는 결심을 어제 했다. 간만에 무지 행복했기 때문이다.

나랑 비슷한 시기에 상태가 안 좋아진 후에 트위터를 안 하고 카톡으로 연락하는 지인이 있는데, 2월엔가... 만나서 저녁 먹었는데 (지인 집 근처로 갔더니 저녁 사 주셔서, 내가 커피를 샀다) 3월 19일에 또 약속을 잡았다. 내가 고객사 가서 먹었던 식사를 자랑하니까 그게 먹고 싶다고 하시길래 사 드린다고 했다가, 그날 집이 빈다고 자고 가래서 그러겠다고 했다. ㅎ 회사가 금요일에 2시간 일찍 끝나니까 퇴근하고 집 들렸다가 이동하면 딱 지인 퇴근 시간이다. 2월에도 그렇게 만났던 듯.

아무튼 지인이 트위터 접은 후로 베이킹을 열심히 해서, 나 온다고 피자도 구워 주시고 쿠기도 구워 두셨고... 뱅쇼 에이드도 만들어 주시고 딸기요거트스무디도 만들어 주셨다. 금요일엔 저녁 먹은 뒤 청소년 웹드 같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두 편인가 보고 자고, 토요일에는 느지막히 일어나서 씻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. 롯데백화점에 있는 편백찜 집인데, 자극적이지 않고 배불렀다. 떡볶이는 남겨서 좀 아쉬웠음. 지인이 폴바셋을 처음 본다고 가자고 해서 갔다가, 폴바셋 옆에 하필 시계 가게가 있었다. 몇 개월 전부터 시계 사고 싶어서 찾다가 결단력이 부족해서 미뤄 두고 있었는데, 백화점에 내가 유심히 봤던 브랜드가 딱 있어서 커피를 다 마시고 시계 보러 갔다. ㅎ 내가 봤던 시계는 티쏘의 르로끌 라인이었는데, 생각보다 백화점 할인이 크진 않아서 그냥 나와서 헤어졌고 집에 가는 길에 맹서치했다. 인터넷에서 15만 원 더 싸게 샀음. ㅎ 오프라인에서 본 곳도 롯데백화점에 입점된 티쏘였는데... 인터넷에서도 롯백에서 샀다. 롯데... 사실 불매하는데... 뭔가 이런 걸 싸게 팔아서 불매가 힘든 것 같음. ㅠㅠ 아무튼 FLEX해서 기분 째진 상태로 앤캐랑 TRPG를 갔는데... 진짜 간만에 즐겁게 티알 하는 도중에 기절할 것처럼 예쁜 커미션이 도착해서 한 시간은 웃었던 것 같다. ㅎ 사실 요즘 TRPG고 커뮤고 글이고 뭐고 다 힘들어서... 진짜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던 것 같은데. 개쩌는 커미션에 썰도 존나 풀고... TRPG도 정말 재미있었어서 신나게 즐겼었음. 너무 행복해서 이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싶었다.

그리고 오늘은 그냥 종일 누워 있다가 배달로 돈까스 하나 시켜 먹고... 그리고 또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겨우 일기나 쓰는 중이다. 사실 저번 주에 좋은 글을 읽었다. 포스타입에서 읽을 수 있는 <되돌릴 수 있는 밤>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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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론적으로는 작게라도 행복한 일이 있으면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, 우울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따듯한 이야기였다. 악마가 찾아와서 주인공에게 되돌릴 수 있는 밤을 파는데, 주인공은 그 밤을 사서 자살하기를 마음먹는다. 그러나 자살하려는 밤에 친구가 찾아와서, 자살을 실패하게 되었다. 주인공은 그 일을 '성공한 실패'라고 부르며 친구와 샴페인을 마신다.

되돌릴 수 있는 밤도, 동짓날도 아닌 보통의 화요일이 밝았다. 여자와 친구는 집 근처에서 점심을 사 먹고 헤어졌고, 여자는 집을 정리했다. 자살하기 위한 정리는 아니었다. 아마 내일 회사에 가면 하루 치 메일과 부재중 전화가 자신을 반길 것이고 상사와 거래처는 여전히 여자를 괴롭힐 것이다. 삶은 여전히 지난하고 괴로울 것이다. 갑자기 큰돈이 생긴 것도, 큰 문제가 해결된 것도 없다. 그러나 여자는 몇 년에 한 번 끔찍한 시기가 올 때마다 큰돈이나 대단한 요행이 아닌 어제와 같은 날들이 있어 오늘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. 삶에 가끔씩 일어났던 일들이지만 여자는 자주 잊고 살았다. 삶은 그렇게 계속된다.

친구가 급작스레 찾아왔던, '성공한 실패'를 한 어제와 같은 날. 나는 그게 3월 19일 금요일이 아니었을까,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.

입사 후 큰 돈을 쓴 건 월셋방을 계약한 것 빼고는 어제가 처음이다. 하지만 내가 금요일에 약속을 잡지 않았다면 시계를 살 마음도 안 들었을 것이다. 가지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, 인터넷으로 대충 검색하다 적당히 잠에 들었겠지.

아무튼 토요일의 일로 적당히 회복을 했다. 회복을 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 치고는 방은 더럽고 오늘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, 어쨌든 기운을 차리긴 했으니까.

사실 엄마한테 신장 수술 망해서 다시 하든지 해야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아직도 못하고 있다. 엄마가 올해 나 건강 조심하라고 백 번은 말했는데, 그 건강이 이거인 것 같아요……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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